스페인 지중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마요르카(Mallorca)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섬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드라마틱한 풍경, 작은 마을 속의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도로. 이곳을 제대로 즐기려면 단순히 한 도시를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차를 렌트해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리며 섬의 리듬을 느끼는 여행이 가장 좋다. 이번 글에서는 마요르카를 동쪽, 서쪽, 남쪽 세 구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의 대표 해안도로 루트와 숨은 명소를 자세히 안내한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분이라면 이 일정만으로도 완벽한 드라이브 여행이 될 것이다.
서부 해안 루트 – 트라문타나 산맥과 절벽 도로의 황홀한 조화
마요르카의 서쪽 해안은 ‘트라문타나(Tramuntana) 산맥’이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어, 섬 전체 중 가장 장엄한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 중 하나’로 손꼽히며,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길을 달리는 것을 꿈꾼다. 드라이브는 보통 팔마 데 마요르카(Palma de Mallorca)에서 출발해 발데모사(Valldemossa) → 데이아(Deià) → 소예르(Sóller) → 사칼로브라(Sa Calobra) 순으로 이어진다. 첫 구간인 발데모사는 작은 돌담 마을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조르주 상드와 작곡가 쇼팽이 함께 머물던 곳으로 유명하다. 골목마다 석조 건물이 고풍스럽게 자리 잡고 있으며, 작은 카페에서 향긋한 아몬드 케이크(코카 드 아메트야)를 맛보는 것이 추천 코스다. 이후 데이아로 향하는 도로는 마요르카에서도 가장 운치 있는 구간이다. 절벽 사이로 푸른 지중해가 끝없이 펼쳐지고, 도로 옆에는 레몬과 올리브나무가 이어진다. 데이아는 예술가와 작가들이 사랑한 마을로, 전 세계에서 온 이방인들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머무는 조용한 휴식지다. 마을의 전망대에서는 해질 무렵 붉게 물드는 해안선을 볼 수 있으며, 특히 Ca’s Patro March 레스토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순간은 마요르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다음 목적지인 소예르는 해안가보다 약간 내륙에 위치해 있지만, 고풍스러운 기차역과 전통시장, 그리고 해변으로 향하는 트램 덕분에 여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Port de Sóller 항구에서는 요트 투어를 즐기거나, 근처 전망대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마무리는 마요르카 해안도로의 백미, 사칼로브라(Sa Calobra) 구간이다. 해발 700m에서 꼬불꼬불한 절벽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위틈 사이로 푸른 바다가 나타난다. 도로 자체가 관광 명소로, 수십 번의 급커브를 돌며 마치 영화 속 장면을 달리는 듯한 짜릿함을 준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두 개의 절벽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비밀 해변이 펼쳐진다. 서부 루트는 하루 일정으로 가능하지만, 중간에 데이아나 소예르에서 1박을 하면 훨씬 여유롭다. 특히 석양 시간대의 해안도로는 마요르카 여행 중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이 될 것이다. 현지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 구간을 “마요르카의 심장”이라 부른다. 여행 중 한 번쯤 차를 세우고 절벽 끝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이 섬이 왜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동부 해안 루트 – 지중해 바다와 비밀 동굴의 천국
마요르카의 동쪽 해안은 서부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다. 이곳은 평탄한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만(Cala)이 이어져 있으며, 바다색이 한층 더 옅고 투명하다. ‘에메랄드빛 천국’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루트는 만라코르(Manacor)를 기점으로 포르토 크리스토(Porto Cristo) → 칼라 미요르(Cala Millor) → 칼라 도르(Cala d’Or)로 이어진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드라크 동굴(Coves del Drach)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호수 중 하나가 있는 이 동굴은 조명이 은은하게 켜지며 클래식 연주가 울려 퍼지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내부 온도는 항상 21도로 유지되어 쾌적하고, 투어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포르토 크리스토 마을은 작지만 정갈한 항구 마을이다. 바닷가 식당에서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현지 와인(마카비오 품종)을 맛볼 수 있고, 해변을 따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저녁 무렵 걷기에 좋다. 이후 칼라 미요르로 향하면, 보다 현대적인 리조트 분위기의 해변이 펼쳐진다. 해변길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렌터사이클을 이용해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자도 많다. 모래가 곱고 바다가 얕아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마지막 구간인 칼라 도르는 흰 벽과 파란 지붕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리조트 타운이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화이트 빌리지’로 불리며, 마요르카 동쪽의 상징적인 여행지다. 주변에는 칼라 몬드라고(Cala Mondragó) 국립공원이 있어, 짧은 하이킹이나 스노클링을 즐기기 좋다. 동부 루트의 장점은 운전이 편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도로 폭이 넓고 경사가 완만해 초보 운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지만, 여유가 있다면 칼라 도르에서 숙박하며 일몰을 감상해보자. 붉은 노을과 하얀 건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또한 동부 지역은 아침 햇살이 가장 먼저 닿는 곳으로, 이른 아침에 바다를 바라보면 투명한 물빛이 마치 유리처럼 반짝인다. 그 아름다움은 사진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다.
남부 해안 루트 – 한적한 해변과 자연이 어우러진 감성 코스
마요르카 남부는 북적이는 관광지와는 달리 비교적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의 매력은 ‘사람보다 바다가 더 많은 곳’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평화롭다. 대표적인 루트는 팔마 데 마요르카 → 캄포스(Campos) → 에스 트렝크(Es Trenc) → 콜로니아 데 산 조르디(Colonia de Sant Jordi)로 이어진다. 첫 번째 목적지인 에스 트렝크(Es Trenc)는 마요르카에서 가장 유명한 천연 해변이다.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끝없이 이어져,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비밀스러운 명소다. 상업시설이 거의 없어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꼭 소금밭(Salinas de Es Trenc)을 방문해보자. 전통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현장을 볼 수 있으며, 고급 천연 소금 제품은 마요르카 최고의 기념품 중 하나다. 캄포스 지역은 농촌풍의 마을로, 드라이브 중간에 들르기 좋은 휴식지다. 현지 시장에서는 치즈, 올리브유, 아몬드 등을 판매하며, 작지만 진정한 ‘로컬’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인 콜로니아 데 산 조르디는 남부 해안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이곳에서는 카브레라(Cabrera) 국립해양공원으로 가는 보트 투어가 매일 운영된다. 보트로 약 40분이면 도착하는 무인도 카브레라에서는 맑은 물 속을 들여다보며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고, 작은 등대 전망대에서 마요르카 본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남부 루트의 장점은 자연과 휴식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인파가 몰리지 않아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산책하기 좋고, 카페 대신 해변의 바람이 음악이 되는 곳이다. 여름 성수기를 피해 5월이나 9월에 방문하면 날씨는 따뜻하지만 사람은 적어 완벽한 힐링이 가능하다. 또한 일몰 직후, 붉은 하늘이 잦아드는 해변에서의 정적은 이 섬이 가진 진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마요르카는 어느 방향으로 달려도 아름다운 길이지만, 그 매력을 100% 느끼려면 반드시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해야 한다. 서쪽의 드라마틱한 절벽, 동쪽의 투명한 바다, 남쪽의 고요한 자연 — 이 세 루트를 연결하면 마요르카의 진짜 얼굴을 만나게 된다. 렌터카 여행을 계획한다면 3~5일 일정이 이상적이며, 각 루트별 1박씩 배분하면 완벽하다. 음악을 틀고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으며 달릴 때, 당신은 어느새 ‘지중해의 리듬’에 몸을 맡기게 될 것이다. 마요르카의 해안도로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여행자에게 ‘삶의 속도’를 되찾게 하는 길이다.